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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불편하지 않아서 불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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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예전에 즐겨 보던 블로그 중에 Economics of almost everything 이라는 블로그가 있었다. 당시에(2012~2013년 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구글블로그를 진지하게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블로그를 자주 찾았던 이유는 일상과 뉴스, 가쉽 등의 이야기를 농도 짙은 통찰력 안에서 풀어내는 블로그 주인의 뛰어난 글솜씨에 있었다.

특히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애정 넘치지만 때론 한 걸음 뒤에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든가, 아이들이 던진 말을 꼬리로 이어지는 단상 같은 것들이 당시에는 아이가 없던 나에게도 멋진 아빠다,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블로그 주인은 트레이더였기 때문에 트레이딩에 관한 포스팅도 자주 올라왔는데, 나와는 상관 없을 그런 이야기 마저도 꼼꼼하게 읽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주식에 손을 댔지.. 망할 동부건설)

얼마 후 그의 블로그 글들은 조금 다듬어진 뒤에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집에 그 책이 보이질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난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출판사의 편집장이라도 당장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블로그에는 좋은 글들이 가득했으니, 출간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솔직한 고백이지만 도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은 며칠에 걸쳐 겨우 끝까지 읽었다. 그때 일이 바빴다면 아마도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넘기며 그의 해박한 지식과 철학 그리고 깊은 통찰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탄을 했지만, 책 속의 문장에는 블로그 글들에서 보이지 않게 빛을 발하던 투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죽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 울퉁불퉁하고 때로는 그 가죽을 찢고 튀어 나오던 날카롭고 불편한 생각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감싸던,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 만의 특유의 문장들.

책 속의 문장들은 더 매끄러워졌고 읽기 좋아졌지만, 블로그 글 전반에 흐르던 그 만의 독특한 그 무언가가 보이질 않는거다.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어느날 유튜브의 유명한 아마츄어 가수가 인터넷의 폭발적인 인기로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적당한 준비기간을 거친뒤 트렌드와 시청자의 욕구에 맞춰 다른 사람이 편곡한 자신의 곡으로 노래를 한다. 그러다 인기 방송에 출연을 하고 결국 그저그런 가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아니면 카메라를 의식한 초보 모델이 취한 어정쩡한 포즈? 방송 출연 후 레디앙과 서프라이즈, 프레시안 등에서 글쓰고 싸우던 논객은 온데간데 없고 고양이 털이나 쓰다듬는 진중권?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크레마 다운 받아서 확인해보니 전자책으로 산게 맞다.

블로거이자 저자인 김동조 씨의 글은 누구에게 교정을 받고 읽기 편하게 다듬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히 좋은 문장을 사용했다. 오히려 문장에 그만의 스타일이 녹아있었기에 그의 깊은 통찰과 철학이 더욱 빛을 발했던 것인데, 여기에 출판사가 독자를 위한답시고 글을 자르고 깎아서 정형화된 틀에 넣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카메라를 의식한 초보모델이 된 건지..

훌륭한 저자에게 이런 표현은 실례가 되겠지만, 어느 한 독자의 솔직한 리뷰이니 혹시라도 이글을 보시게 된다면 부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그럼에도 이 책은(그의 글은) 평소에 큰 관심없던 사안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고, 또 고정돼 있던 내 생각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사형제도와 성매매에 대한 토픽들이나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토픽들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거나 믿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조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지..

저자 김동조는 지금은 기존의 블로그를 닫고(비공개인지 아니면 초대받은 자만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홈페이지를 유료로 운영 중에 있는 것이 생각나서, 홈페이지에 가보니 이젠 트레이드 쪽 정보 위주로 구성돼 있다. 유료로 구독할까 하다가, 주식으로 동부건설 들어가던 생각이 나서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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