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장, 그리고 다시 컴백

이번 한국 출장은 다른 때와 달리 좀 힘이 들었다. 안성에서 서울로 왔다갔다 할 수 없으니 서울이나 성남 쪽에서 자면서 일을 보려 했는데, 여러 이유로 대부분 야탑의 찜질방에서 잠을 잤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이 ‘아빠~ 뭐 사왔어?’ 하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 찜질방 카운터 아줌마가 ‘찜질하실거에요?’라고 맞이하고, ‘귀중품은 카운터에 보관하세요.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를 보며 신발을 벗는 과정은 되도록이면 늦게 미루고 싶은 일과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만날 늦게 임시거처(?)로 퇴근했다. 한손에는 과자나 장난감 봉지가 아닌 속옷과 양말 봉지를 든 채..

찜질방에서 자면 물론 좋은 점도 있다. 풀코스(?)로 깨끗하게 씻고 잘 수 있다는 점과 각종 편의 시설을 늦게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게 다다.

지인들 집에서 자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내가 나온 것을 알려봤자 쌍방에게 의무적인 술자리가 생기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늦게 들어가 그 집 이불을 깔고 덮고 다음날 그 이불을 다시 개고, 욕실을 사용하고.. 등의 심적으로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 그만뒀다. 아내는 ‘왜 그런 데서 자? 호텔에서 자지..?’ 라던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 했다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따올랐다. 그녀는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짧은 시간이었고 막판에 돌아가는 항공좌석이 없어서 마음을 졸이긴 했지만, 거래처들과의 미팅도 순조로웠고 기타 잡무도 잘 해결해서 다행이다. 자카르타를 경유해서 들어오려 했는데, 끝까지 좌석이 나오지 않아 결국 발리 행 비행기를 선택했다. 거의 만석이었음에도 곳곳에 중국인들과 일본인 가족들이 보였고 서양인들(아마 러시아?)도 꽤 많이 보였다. 

 

발리공항

각종 짐은 이미 안성에 보냈기 때문에, 수하물로 부친 짐도 없이 백팩 하나 달랑 메고 다니니 비행기도 탈만하다. 밥 주지 음료수 주지, 이불에 쿠션에 영화도 틀어주고.. 성가신 것 중 하나가 짐 찾느라 기다리는 것인데, 이번엔 찾을 짐이 없으니 이민국만 통과하면 끝. 관광비자가 아니라 근무비자가 찍힌 여권이라 발리 쪽으로 입국하면 이민국 심사 줄도 거의 없다.  

 

발리 공항

늦은 밤이었음에도 발리에 이제 막 도착하여 들떠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공항 밖으로 나와 다시 인도네시아의 공기를 깊게 들여 마셨다. 여기저기 들리는 인도네시아 어와 발리 어.. 이젠 한국어를 듣는 것보다 이쪽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밀려든다.

효민씨가 예약해 준 공항 내에 있는 노보텔 호텔에 체크인하고 방으로 안내 받았다. 옷을 갈아입으려 했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음을 알고 그냥 옷을 벗고 씻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아 진짜 잠만 자고 나가게 됐구나.

 

발리 공항 노보텔 객실

습관이 무서운게.. 호텔 사진은 항상 이런식으로 찍게 된다. 흐트러짐 없이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구석에 서서 최대한 넓게 보이게.. 

다른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