른당과 커리아얌

뗌뻬고렝 나시

인도네시아 음식에 입문하기 전에

인도네시아 음식 중에는 한번 맛 들이면 자꾸 생각나는 맛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그런 음식들, 보통은 전통음식들이 그러한데, 처음엔 생소하지만 몇 수저 계속 먹다 보면 ‘먹을만하네?’에서, 그릇을 비울 때쯤이면 ‘맛있다!’로.. 며칠이 지나면 ‘ 아 그거 또 먹고 싶다.’의 패턴으로 이어진다. 뭐 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런 음식들이 꽤 많다.

생각하지도 못한 맛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조합을 기대하며 생소한 이름의 인도네시아 음식을 주문할 때의 작은 긴장이 인도네시아 음식 입문자의 즐거움이라면, ‘지난번에 먹었던 나시고렝은 불맛이 강했는데, 이 집은 어떤 맛일까?’의 기대감은 인도네시아 음식 중수쯤 되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된다. 고수의 경지는 내 아직 모르지만 아마도 뭘 먹어도 맛있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는 한국사람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다양한 음식들을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게 되니 입문자에서 중수의 경지까지 자연스레 오르게 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분명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여 그 과정이 더디게 되거나 아예 인도네시아의 특정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태국 음식 찬양. 야 이놈들아!

 

인도네시아 음식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관광지의 괜찮은 레스토랑 혹은 호텔에서 먼저 먹어보라고 권한다. 괜찮은 레스토랑이라고 해봤자 음식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호텔도 생각만큼 비싸지도 않은 인도네시아다. 이런 곳들의 인도네시아 음식들은 대부분 전통의 맛을 강하게 살리기보다는 누가 먹어도 특히 외국인 여행객들도 무난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조리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음식을 처음 접할 때의 낯선 맛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뭘 모르시네.. 전통음식은 현지사람들이 가는 길거리 허름한 음식점에서 먹어야 제대로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분명 맞는 말이지만 이런 경험은 보통 인도네시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확률도 높게 있는 터라, 나는 인도네시아 음식 입문자들에겐 권하는 편은 아니다.

청국장 맛있다고, 이게 진짜 전통 한국음식 넘버원이라며 오늘 처음 한국에 온 미국인 톰에게 먹어보라 한다면, 톰은 당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기도 전에 청국장 냄새에 기절부터 할 수도 있다. 내 친구 톰을 샘 해밍턴으로 만들고 싶다면 무난한 된장 국부터 시작해야 한다.

 

먹는 즐거움만큼 중요한 보는 즐거움

음식은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보는 즐거움도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얼룩지고 미끌 거리는 접시에 내오는 음식보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오는 음식은 ‘낯설 맛’에 대한 부담감을 한층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괜찮은 레스토랑과 호텔을 권하는 두 번째 이유다.

른당
인도네시아의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 ‘른당’

인도네시아의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로 선정된 적이 있는 ‘른당(Rendang)’. 정말 맛있다. 전통 소스에 버무린 소고기로 우리의 갈비찜 정도로 보면 되는데, 이 른당의 소스가 항상 문제다. 집집마다 맛도 다 달라서 내 입에 안 맞는 소스를 먹으면 몇 년을 못 먹는다.

위 사진 속의 ‘른당’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파는 6,000원 짜리의 고급메뉴다. 분명 길거리 식당의 른당과의 가격차이는 두 배 이상 차이 나지만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분명 고유의 깊은 맛까지는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누가 먹어도 무난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고유의 독특한 맛도 경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음식 - 커리아얌
커리아얌. 카레와 닭의 만남.

커리아얌. 커리는 ‘카레’의 인도네시아 식 발음이고, 아얌은 치킨을 뜻한다. 즉, 닭 카레.

익숙한 것들의 조합이지만 카레라고 해서 무턱대고 만만하게 보고 먹을 수 없는 것이, 우리가 먹던 오뚜기 카레랑은 친척 느낌도 안나는 전혀 새로운 맛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이 맛있는 치킨커리를 잘못 먹고 몇 년 동안 입에 대지도 못했었다.

여행에는 분명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지만, 여행 중고수들이 뻔뻔하게(?) 내뱉는 ‘전통음식은 길거리에서 먹어야 제맛이지!’라는 말을 무턱대고 믿진 말자. 괜히 먹는 즐거움이 먹는 괴로움이 될 수도 있고, 즐거워야 할 여행이 괴로운 여행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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